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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의 연애 끝에 문제는 나에게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런데 그걸 몰랐던 적이 있던가. 나는 문제가 많은 사람이다. 그래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것 같다. 나는 왜 이런 사람인 걸까. 인터넷으로 회피형 애착에 대한 글들을 찾아 모조리 읽어보았다. 혼자가 되는 것이 너무 당연한 사람. 나는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따듯한 소이라떼 한 잔을 가지고 자리에 앉았다. 너무 뜨거워서 조금 기다렸다가 마시려고 한다. 뜨거운 소이라떼가 식을 때를 너무 오래 기다린다면 싱거운 느낌의 차갑거나 미지근한 소이라떼를 마시게 될 것이다. 다만 인간관계는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만 더 식히고 표현합시다' 하다가 완전히 식어버려 표현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사람을 향한 열정이며 애정이 제아무리 소중한 것이래도 이 뜨거운 마음에 누구라도 데일까 봐서 늘 조심한다. 그렇게 조심만 하다가 다 식어버린다. 차라리 차갑게 시작해서 한 번에 주욱 들이켜버리는 것이 나은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별 수 없다. 애초에 내가 뜨거운 사람인 것을.

몇 년 전 너무 뜨거운 방바닥에서 자다가 그만 저온 화상을 입고 말았다. 등의 한 부분에 감각이 완전히 사라졌다가 아주 천천히 돌아왔다. 이 뜨거운 마음을 안고 살다 보면 언젠가는 마음에 감각이 다 없어질 것만 같다. 어쩌면 이미 다 없어졌다가 돌아오고 있는 중인 것일 수도. 등에 감각이 사라졌었던 부분에서 가끔 찌르르하고 통증 같은 것이 느껴진다. 그럼 나는 그것을 감각이 돌아오는 중인 신호쯤으로 생각하고 조금 반가워한다. 이따금씩 나는 마음에 가만히 집중해보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통증이 찌르르하고 지나가지 않고 마음 그 자체가 통증임을 느낀다. 내가 이토록 뜨거운 사람인 것은 누군가에게 온기를 나누어주기 위함일 텐데, 미련하게 아파하고만 있다. 너무 뜨거워서 감각이 사라질 지경이면서 혹여 익숙지 않은 추위를 느끼게 될까 봐 지레 겁먹고 있는 것이다.

더는 나 스스로를 학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김영하 작가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는 소설은 매해 1만 권 정도가 팔린다고 한다. 김영하 작가는 이것을 가리켜 "매해 스스로를 파괴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1만 명씩 늘고 있다."라고 농담을 했었다. 가끔은 타닥 타닥 무언가를 태워버리기도 하는 내 뜨거운 마음은 언젠가 나 스스로를 파괴해버릴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그전에 어서 이 열기를 나눠야 한다. 내가 내 온도에 타버리기 전에 그래야 한다.

고개를 들어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내가 그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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