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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랏밴뮤 듣자."

"그게 뭐야?"

"랏도의 밴드 뮤직."

그렇게 말하고 나는 어플을 실행했다. 하헌진의 '죄송합니다.'가 방송되고있었다. 띠잉띵 기타 소리가 좋아서 가만히 있었다. 네게 아무 설명도 해주지 않고, 조금 취해서 달아오른 얼굴을 차가운 손으로 식히며 기타 소리를 들었다. 창 밖을 보니 특별할 것 하나 없어봬는 골목이 예쁘게 느껴졌다. 어쨌거나 빛은 반짝반짝 한다. 사람은 사람을 만나고, 술을 마시고, 사랑에 빠지고, 사랑에서 빠져나오고있지. 엎치락 뒷치락 추해지는 순간들이 많지만, 그 모든 살아있는 것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취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서러운 삶에 아름다울 것이 뭐가 있나. 더러운 꼴들을 잊고자 우리는 사랑에 빠지고 서로에 집착하며 사는 것 아닐까. 만나고 헤어지는 그 모든 인연들이 모두 필요하고 소중한 것들이었을까. 누구라도 딱히 상관은 없었던 그 모든 관계들을 소중하다고 말 할 수 있을까.

기타 소리를 듣겠다고 입을 다물었으면서, 머릿속 소음이 기타소리보다 커졌다. 손에 기대었던 얼굴이 팔뚝까지 내려가있었다. 나른하다. 그리고 좋다. 나는 지금 너랑 함께 있고, 소중하지 않다거나 누구라도 상관이 없었을 거라고 말하기엔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좋다. 소중하다고 말 할 수 있다.

기타 소리만 좋겠냐. 너랑 있으니까 좋지. 너는 맥주를 한 쪽으로 밀어두고 테이블 위에 팔짱을 껴 올려놓고있었다. 얼굴을 기울이고 나를 보고있었다.

"무슨 생각 해?"

'이제야 나를 보냐'는 말을 얼굴에 써놓고 너는 삐죽빼죽 웃었다.

"너랑 있어서 좋다는 생각을 했지."

나도 삐죽빼죽 웃으며 말했다. 고개를 한 쪽으로 훅 꺾으니 니가 예쁘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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