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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보겠습니다

견디는 일

아진_ 2020. 1. 5. 13:17

얼마 전 나 혼자 신나서 떠들었던 순간들을 부끄러이 떠올려본다. 그 날 나는 외로웠고,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필요했다. 내가 요즈음 어떻게 사는지, 왜 그렇게 사는지 궁금했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도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마침 앞에 마주 앉은 사람은 이야기를 잘 받아주는 사람이었다. 그 덕분에 내 이야기를 끊임없이 했음에도, 이야기를 잘 들어주시네요라는 말이 얼마쯤 뻔하고 또 부끄럽게 느껴져 말았다. 겉치레 인사도 없이 자기 얘기만 늘어놓은 것이다. 물론 그 사람은 그 순간을 희생이라고 여기지 않았을 수도 있다. 몇 번의 리액션과 질문에 계속 이야기를 쏟아내는 나를 그냥 그런 사람, 할 말이 많은 사람, 자기 이야기가 많은 사람 정도로 생각하며 그 순간을 지났을 수도 있다. 어쩌면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나 자신에게 안쓰러움을 느낀다. 일이 힘들다거나 날씨가 춥다 같은 지극히 일상적인 말들을 나눌 사람이 없어 누군가를 만나면 기를 쓰고 쏟아내는 것이 그렇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그런걸 잘 견디고 조절하며 아름답게 살까 생각해보려 하면, 일단 내가 극단적으로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지내긴 했다. 극단적인 경우를 '다른 사람들'과 비교할 수는 없다. 게다가 그다지 아름답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없기도 하다. 다들 어떻게 저떻게 견디며 살아가 누나를 부쩍 생각하고 있다. 횡단보도를 기다리는데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생각한다. 어쩜 모두가 힘이 들까, 어쩜 모두가 그냥 살아갈 수는 없고 견디는 삶을 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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