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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귀를 못알아들음에 대한 내 분노는 내 주양육자였던 할머니로부터 시작됐다. 어느날 몸살을 앓던 나는, 몸살이 빨리 낫도록 찜질방에 다녀오고싶었다. 찜질방 다녀오게 용돈 좀 달라는 내게 할머니는 말했다. "찜질방 간다고 몸살이 낫지는 않는데, 다녀오고싶으면 다녀와." 이미 말귀를 못알아들음에 대한 분노가 누적되어있던 나는, 머릿속 인내의 끈이 곧바로 끊겨 화를 냈다. 찜질방에 간다고 몸살이 낫는게 아니라면 내가 대체 왜 찜질방에 가냐고. 애초에 뚜렷한 목적이 있었는데 그 목적에 소용이 없다면 내가 대체 왜 그걸 실행에 옮기냐고. 할머니는 똑같은 말만 조금 다른 말투로 반복할 뿐이었다. "거기 간다고 몸살이 낫는 거는 아니야, 그래도 가고싶으면 가라고." 내 분노는 벽을 향하는 것과 같았다. 할머니는 한결같이, 어설프게 웃고있었다. 내가 분노하고 소리를 질러도 할머니가 하는 말의 내용이나 말투는 내 분노에 영향 받지 않았다. 몸살 낫는 데에 도움이 안된다면 대체 내가 거길 왜 가겠느냐는 내 분노는 고스란히 나 자신을 향할 뿐이었다. 이런 사람을 사랑하면 뭐 대단한 게 돌아오겠나. 알바비로 할머니 생일에 맞춰 세일중인 이불을 사다드린 적은 있었다.
 순화는 이게 얼마짜리냐 물었다. 3만원이라고 대답하며 나는 어딘가 실망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순화는 그 이불을 덮고 푹 잤다며 고마움을 한 번더 표현했었다. 말귀를 못알아들음, 몇마디 말을 나누는 정도의 소통 조차도 불가능함. 순화는 나를 용서할 수 없다. 순화의 머릿속에서는 늘 재생되던 말만 재생되고있지 않을까. 거기에 나를 용서하냐 마냐는 새로운 질문은 재생될 수 없기때문에 순화는 나를 끝까지 용서해주지 못한다. 그럼 나는 순화를 용서할 수 있나. 내 생에 가장 사랑하고싶던 사람, 그럼에도 사랑할 수 없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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