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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보겠습니다

나의 불안

아진_ 2019. 7. 28. 19:39
불안은 막막하다는 느낌에서 시작된다. 뭘 해먹고 살 것이며 내 인생은 어떻게 될 것이고 집은 언제 다 치울 것이며 이 집 다음에는 어디에 살 것인가. 너는 네 인생에 진정 만족하는가, 이게 최선인가. 대체로 정답도 없거니와 답이 떠오르더라도 당장 뭔가 실행할 수는 없는 것들이다. 최선을 다해 무시하고 나는 커피를 마시거나 담배를 피운다. 초콜릿을 먹고, 라면을 먹는다. 다리를 꼬았다가 푼다. 의자 위로 가부좌를 틀었다가 풀고 신발을 신는다. 한 쪽 다리를 떤다. 그러지 말자고 생각하며 다리를 꼬았다가 또 다시 푼다. 심장이 너무 뛰는 것 같아 물을 마신다. 집에 가면 무엇을 할지 생각한다. 내일은 무엇을 할지 생각한다. 계획대로는 안하겠지만 당장 그 생각을 하면 조금 편해진다. 보통 이쯤에서 아얘 일어나서 다른 장소로 간다. 마치 여기에서 못찾은 답을 거기에선 찾을 수 있을 것만 같다. 답은 어디에도 없다. 굳이 말하자면 내 안에 있다. 나는 내 안을 들여다보는 법을 모른다. 내가 잘 아는 것은 흥미를 좇아 이 고민으로부터 도망치는 법이다. 도서관의 환풍기 윙윙거리는 소리가 귀에서 한참 울리다가 꼭 음악소리같이 변한다. 웹툰을 본다. 인터넷 괴담들을 찾아 읽는다. 트위터를 본다. 짧게 쓰여진 글들 위주로 한참 본다. 이미 내용을 다 알고있는 영상을 연달아 재생해두고 소리만 들으며 간단한 게임을 한다. 잠시 불안이 잊혀진다. 하루가 간다. 나아지는 건 없지만 불안을 잊고 잠에 잘 든다. 아침은 고통이다. 밤에는 다짐만 하면 되지만 아침엔 뭔가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해야한다는 것은 사실 할 수 있다는거지만 나는 도망치지 않기로 결정할 때 마다 내게 덤벼오는 불안이 너무 싫다. 나를 망가뜨리면 이 막연한 불안으로부터는 멀어질 수 있다. 눈에 보이는, 언어로 설명 가능한 문제만 문제인 것 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사실은 문제가 있을 때나 없을 때나 나는 문제가 있다는 기분 속에서 산다. 그래서 자꾸 문제를 일으키나. 이 기분, 불안, 막막하고 답이 없는 이 느낌이 너무 싫어서 나는 나를 마비시킬 수 있도록 온갖 것들에 중독되고 내 삶을 저주한다.


지금까지 그래왔다. 이젠 마주하고 일어나서 똑바로 쳐다보고 지나가고싶은데 쉽지 않다. 나름 마주하긴 해봤는데 그래서 이게 뭔지 뭘 어째야 하는건지 여기에 방법이 있는지 아니면 익숙해져야하는건지.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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