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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작가의 책읽는 팟캐스트를 요즈음 다시 듣고있다. 휴대폰이 정지된 이후로 나는 집 밖 어딘가 와이파이가 연결되는 곳에서 팟캐스트와 인터넷 괴담들을 다운받곤 한다. 오늘은 아침부터 도서관에 다녀오자는 다짐을 했었지만 아침은 커녕 정오가 다 되어 일어났다. 어제도 나는 새벽 세시에 잤고, 당연하게도 기상 시간이 점점 늦춰지고있다. 이걸 일종의 불면증으로 여겨도 될런지 모르겠다. 아홉시나 열시에 일어났어도 새벽 세시가 넘어 잠을 자는데, 피곤하다는 것을 얼마나 느끼던간에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다.

비빔면을 두개 끓여서 배를 든든히 채우고, 나갈 채비를 하며 옷을 갈아입고서도 한참을 엎드려 요리중독을 했다. 팟캐스트도 계속 들었다. '당신은 우리와 어울리지 않아'라는 제목의 이야기가 유독 재미있어 벌써 몇 번을 들었는지 모른다. 이번에는 '젊은 소설가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제목의 것을 들었다. 김영하 작가는 다 읽은 후에 자기가 가르쳤던 학생들의 이야기를 했다. 꽤나 많은 학생들이 자기를 찾아와 자기가 글로 성공할 수 있을지를 물었다는 것이다. 김영하 작가는 그것이 타인에게 물어야 할 질문이 아니라고 말하면서 그 학생들 중 작가로 데뷔한 사람들은 '당연하게도' 아직 없다고 말했다. 나는 학생도 아니면서 그런 질문을 한 사람이 아님에도 그렇게 말한 김영하가 야속하게 느껴졌다. 그 질문을 했던 학생들 각각의 삶은 어떠할 것이며, 이 팟캐스트를 들었더라면 어떤 마음이었을지를 가늠해보았다. 그리고 이 팟캐스트가 게시된 연도가 2013년 즈음이라는 것을 떠올렸다. 2013년 즈음에 김영하 작가의 수업을 듣던 대학생들이 있었다. 그리고 2019년 지금 여기에는 대학에 원서 한 번 제출한 적 없는,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하는 등의 삶의 과정을 몽땅 벗어난 내가 있다. 지금의 내 나이는 휴학을 1년 했더라도 이미 졸업반일 나이다. 그들의 시간이나 삶의 경험은 나와는 전혀 다르게 흘러가고있으며 더는 가늠도 안 될 만큼 나는 뒤쳐져있다.

뒤쳐져있다. 이 말이 가슴에 무겁게 새겨져있다. 이걸 다시 따라잡을 수는 없을 것이다. 방향이 아얘 다르다면 누가 앞이고 뒤인지 어떻게 알겠느냐만은, 이 사회에는 각 나이에 맞춰 정해진 것들이 있다. 내가 뒤쳐져있다고 두려운 마음을 갖는 동안에도 누군가는 직장에서 경력을 쌓으면서 주말마다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학원을 다닐 것이다. 시간이 계속 간다. 나는 여기에 있고, 이 다음에 어디를 가야할지도 모르겠는데 시간이 계속 간다.

그게 무서워서 요리중독 하던 것을 내려놓고 밖으로 나왔다. 도서관을 향해 걸어가며 내가 조금은 성장했다고 느꼈다. 그 두려움을 떨치려 더 자극적인 것에 집중하지 않고 아무튼 책을 읽자고 나왔으니 말이다. 나는 대체 뭐하는 인간이며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공포, 내가 내 삶을 향해 했던 큰 기대들은 내가 책을 펼쳐 읽는 동안에도 나를 빤히 쳐다보고만 있다.

그러고보니 이런 때에 나 자신의 생각에 몰두하지 않고 '아 내가 지금 나의 미래를 걱정하고있구나. 남들과 계속 비교하고있구나'하고 알아차리는 것을 마음챙김이라고하며 생각에 환기를 시켜주는 좋은 방법이라고한다. 알아차리면 선택할 수 있다고했다. 내 마음에 그런 걱정이 있다면 내가 간직한 기대들은 또 무엇일까. 우선 쓰자고 생각했던 글들을 써서 열권이든 백권이든 종이책으로 남기고싶다. 그리고는 돈을 좀 벌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공연도 보고싶은 것 다 보러 다니고, 고양이들 데리고 병원도 정기적으로 다녀오고, 심리상담도 전문가에게 받고싶다. 내 책을 찍어 낼 때도 원하는만큼 찍어낼 수 있으려면 돈이 있어야한다. 그런데 또 돈으로 이것을 이루려면 시간이 있어야한다. 써놓고보니 사실 그리 어려워보이진 않는데 내가 견디지 못했던 시간들을 생각하면 막막하다. 내가 뭐가 그리 힘들었으며 왜 결국 포기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그저 담배나 뻑뻑 피우고 술을 마신 후에 한숨 자고싶어진다. 술담배를 즐기는 법도 잘 모르고 몸에도 잘 맞지 않으면서 말이다.

이건 내가 다시 일을 시작할 때 까지 풀어야 할 숙제다. 지난 6개월 가량을 돌이켜보며 나를 힘들게 했던 것, 내가 견디지 못했던 이유를 파악할 것. 아마 답을 찾으면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아!'하는 외침이 있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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