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계속해보겠습니다

지각

아진_ 2019. 2. 17. 18:47

이번 일주일은 하루를 빼고 모두 지각했다. 대체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고칠수 있는지 생각해보았다. 하나하나 뜯어 생각해보니 나는 갑자기 우울해진게 아니었다. 늘 그렇듯 쓰레기를 치우기 싫었고, 어느날 세탁기를 돌렸으나 널기 싫었고, 씻기 싫었고, 일어나고싶지 않았다. 하기싫은 것들을 최대한 미루면서도 어떻게든 일상이 굴러갔던 것은 그 사이사이에 재미있는 일정이 있기 때문이었다. 기대하던 일정 하나가 엎어졌다. 일정 하나에 기대어있던, 진즉 했어야했던 모든 일들이 엎어졌다.
하루아침에 나를 부지런맨으로 만들어줄 그런 해결책은 없다. 익숙해져야한다. 술, 담배, 커피가 어떤 이유로 마법을 부려 나를 정신차리게 해주거나 나의 솔직한 자아를 마주할 수 있게 해줄거라 늘 기대한다. 사실은 항우울제에게도 마법을 기대해선 안된다. 이번 한 주 동안은 의도치않게 금연도 했다. 시간에 대한 감각에 이상이 생긴 것 같다. 화요일에 봤던 얼굴을 오늘 또 보고, 다른 날이니까 인사를 해야한다는 사실을 애써 떠올렸다. 화수목금토일이 하루같다. 나는 하루 정도 담배를 안피운거다.
쉬면 좀 나아질거라고 생각해서 일찍 자기도 했다. 대체로 12시쯤 잤는데, 이것도 그리 늦은 시간이 아니다. 수면 시간에는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으면 다른 해결책을 찾으면 좋았을텐데 내 몸은 고장난 것 같다. 싫어도 해야하는 일들이 있고, 막상 시작하면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아는데도 소용이 없다.
택시를 타도 간당간당 지각 할 시간에서야 몸을 일으키는데, 마치 천하를 들어올린 것처럼 큰 일로 느껴진다. 막상 일어나면 그냥 일어났다 뿐인데, 누워있다 일어나는 그것이 그리 어렵다. 이를 악물고 울면서 몸을 일으켜 잇몸에 통증이 생기더라도 지각을 하지 않는 그런 독한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다마는, 없는 의지를 찾지 말고 할 수 있는 것을 하자. 집에 가면 쓰레기부터 한봉다리 버리자. 그리고 세탁기를 돌리고, 빨래를 널자. 이걸 하면 씻을 힘이 생길거고, 씻고나면 내일 가뿐하게 일어나는 것 역시 가능할 수도 있다. 니비럴 인생 힘조~~~

'계속해보겠습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회  (0) 2019.07.01
끝내  (0) 2019.06.28
우울 장애와 함께 사는 이상한 사람  (0) 2019.02.13
쥬드 프라이데이, 진눈깨비 소년.   (0) 2019.01.19
뉴이어즈포크파티 김뜻돌  (0) 2019.01.18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