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계속해보겠습니다

책임

아진_ 2018. 2. 11. 17:47

소설가 ‘‪오쿠다 히데오’의 이라부 이치로 시리즈 중 ‬화재를 두려워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가스 꼭지를 제대로 잠갔는지 출근길에 세네번씩 되돌아가서 확인하는 사람이었다. 사실은 자기 책임이 아닌 화재에 대해서는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다. 오늘의 내가 그 사람이랑 닮았다고 느껴진다. 그리고 나와 그 사람 중 오직 나만 비겁한 것 같다. 일을 제대로 못해서 울적한 나는 비겁한 사람이다. 내 책임 밖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태평스러우면서 내 책임 안 쪽의 일만 걱정하는 내가 비겁하다. 게다가 내가 걱정하는 건 내 일상의 모든 책임들인데, 그렇다고 그 책임들을 잘 해내고 있는 것도 아니니 너무 한심스럽다. :’( 더 잘하고싶다. 일상을 더 잘 살아내고싶다. 더 강하게, 더 꼼꼼하게. 내 삶을 다 챙겨주는 보호자가 있었던 적도 없는데, 나는 뭘 믿고 이렇게나 되는대로 살아가고있는지 모르겠다. 혹시 내일의 나에게 그 모든 책임을 미루고있나. 나보다 하루 더 성숙한 내일의 나에게 온 힘을 다해서 기대고있나. 오늘의 내가 어제까지의 나를 다독여주려 최선을 다하다보니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술에 대해 생각하다가 나의 서른살이 기대된다는 생각을 했다. 젊음은 혼란스럽다. 주량도 늘었다 줄었다 하니까 어디까지 마셔도 되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한 십 년 쯤 지나면 많은 것들이 안정되어있을거라고 나보다 먼저 기대했던, 이미 서른이 넘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생각해보면 그 또한 아닐 것 같다. ‘서른이 되면 많은게 달라져있을 줄 알았다.’는 공통된 감상들이 기억난다. 그러니까 오늘의 아진이 할 것, 서른이 되면 알아서 주량이 고정될 것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술을 적당히 마시는 것이다. XD 벌써 어렵다. 눈 앞에 술이 없는데도 어렵다. 십년 뒤의 나한테나 내일의 나한테도 어려울 일이다. 그러니까 미래의 내게 자꾸 숙제를 주지 말자. 오늘 바삐 해결해놓아도 내일의 나는 계속 뭔가 해결하고있을테니까. 게다가 아진은 꿈을 꾸는 사람이다. 도전을 멈추지 않는 사람에게는 숙제 또한 멈추지 않는다. 하하 !

'계속해보겠습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0) 2018.03.29
오늘의 나는 세 잔의 맥주, 그리고 그 때의 나.  (0) 2018.02.12
시런아  (0) 2018.02.08
무슨 노력을 혼자 해  (0) 2018.02.07
아진은 그냥 아진  (0) 2017.12.31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글 보관함